새벽 4시 감성으로 쓴 글
매일 뜨는 태양 그러나 특별했던 일출
내게 몽골의 아침은 특별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설렘에 일어나는 아침이라 그러했다. 그리고 이 설렘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건조하면서 찬 대륙의 바람을 맞으며 밖으로 나왔는데, 이제 해가 막 떠오르려고 새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며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혼자 이 아침을 즐길 수 없기에 어젯밤 그렇게 일출을 볼 거라고 외치던 GY 이를 생각해서 단톡 방에 일출 볼 사람 나오라고 했는데, 정작 WJ이가 나왔다. 우리의 얇은 옷사이로 찬 바람이 거침없이 뚫고 들어왔기에 정문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 쪽에 있는 게르 앞에 몸을 조그맣게 숨기고 일출을 바라봤다. 나중에 SH도 나오고 GH, KH도 나와서 사진도 찍었다. 정작 어젯밤에 내일 일출 보자고 노래 노래 부르며 일찍 자러 간 GY 이는 아침 식사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나 아는 그녀의 "미라클 모닝"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막의 건조함 그리고 빨래
몽골 사랑 카페에선가 사막이라 옷을 빨아도 금방 마른다는 후기를 봐서 옷을 조금밖에 안 챙겨 왔다. 어차피 가져올 옷도 많이 없다. 덕분에 6일 차가 되니 더 이상 입을 옷도 몇 안 남아서 이제 빨래를 할 수밖에 없어서 빨래를 하고 옷걸이에 걸어서 널어 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다 말라 있었다. (빨래라고 해봐야 혹시나 빨래 덜 마를까봐 숙소 도착하자 말자빨리 바디샴푸 뿌려주고 지근지근 밟아준 게 다였다.) 한국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건조함이었다. 우리나라 한겨울의 건조함과는 차원 다른 건조함이었다. 어떻게 알고 준비해왔는지 몇 분들은 코(코 위가 아닌 콧구멍 안에다)에 바세린을 바르고 또 어떤 분들은 물티슈를 말아서 코에 꼽고 있다. (천진난만하게 양쪽 코에 물티슈를 꼽고선 "v"하며 사진 찍히는 KH는 진짜 일본 만화 속에 캐릭터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건조함 때문에 코가 아프고 코피가 났다. 나중에 G가 마트에서 면봉을 사길래 왜 사는가 했는데 바세린 바르려고 사는 것 같았다.
나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여러 복잡한 일들(특히 회사에서 누가 욕할까봐)이 염려되서 착용할 때가 많았는데, 이게 의외로 보습 효과(?)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혹시 확진될 상황을 대비해서 회사 노트북도 싸 들고 왔다. 어차피 확진 되면 한국에서도 재택인지라...) 그리고 크록스에 맨발로 계속 다녔더니 언젠가부터 발 뒤꿈치가 갈라져서 걸을 때마다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러시아 여행 때 샀던 유통기한이 의심스러운 석류 크림(당근 크림 없어서 같은 제품으로 향만 다른 제품)을 발에 열심히 발랐다. 원래 거친 내 발인데, 크림 덕분인지 한국에 와서도 발이 부드러워졌다. 원래 화장품에 대한 신뢰가 없었는데, 신뢰도가 높아지는 순간 ㅎ
일출을 보고 씻고 아침 식사하러 식당 건물로 갔다. 물이 잘 나올 때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씻으려고 했다. 덩치가 크다 보니 땀도 많이 나는 편이라 혹시나 옆에 앉는 이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열심히 씻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 또 이렇게 사치를 부리면 못 씻을지 모르니... 진짜 이번 몽골 여행에서 느낀 것 중 한 가지가 '물이 정말 소중하고 귀해서 함부로 쓰면 안 되겠구나'와 '전기도 아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긴 하지만 여름을 제외하고는 비가 많지 않고, 기후 변화로 식생도 변화하고 마른장마로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이게 일반적인 환경 운동가들이 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도 일부분 있지만 내게 조금 더 근원적인 원동력은 창세기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다스리라'는 말씀이겠다. 그간 서구사회에서는 이 말씀을 곡해해서 그냥 발전을 위해서 자연을 마치 자기 것인 마냥 마음대로 파괴해도 된다고 해석하기도 해서 큰 실수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신 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 주신 것이니 잘 관리해서 주인에서 셈해야 하는 청지기처럼 관리하면서 열매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해봐야 들리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비 노마드 여행자 캠프 : 조식과 빨래
아침을 먹으러 식당 게르를 보는데, 어젠 몰랐는데, 에어컨 실외기가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우리 숙소와 반대편에 있는 게르들도 실외기가 있는 게 이제야 보였다. 에어컨이 있다면 한 여름에 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물론 푸르공이 아니라 스타렉스라면 말이다. 식당 식사는 기존에 뷔페처럼 되어 있는 게 아니라 1인분씩 세팅되어 있었다. 가지러 가지 않아도 되고 해서 좋은데 한편으론 자기 양만큼 못 먹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후에 어제 빨래 맡긴 옷은 깨끗하게 세탁해서 이쁘게 접어서 봉투에 담겨서 주셨다. 다른 옷들은 빨래가 되는지 모르고 빨았는데 저녁 먹을 때 된다고 해서 긴팔 티셔츠 하나만 빨래했는데,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아쉽다. 빨래는 달러로 계산해도 됐는데 혹시나 팁을 줄까 하고 1달러짜리 남은 거 다 가져와서 그냥 그걸로 계산했다. 별도 팁은 없었고, 투어 끝나고 기사님과 가이드에게 팁을 드렸다.
몽골 전통 복장 체험
아침 먹고 게르로와서 짐 정리해서 푸르공 앞에 가져다 놓고 왔더니 다른 일행분들은 벌써 거의 몽골 전통복으로 다 갈아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내 옷을 골라놨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대학 친구들 카톡 방에다 올렸더니 '몽골 족장님, 이장님, 놈놈놈의 송강호냐, 귀화하냐' 뭐 난리 났다. 진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웃음 준 사진이라 나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 같아서 프사 사진 하고 싶은데, 별로 안 친한 사람들 한테는 보여주기 싫어서 그냥 말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장 정도씩 웃음을 주는 사진들을 찍은 것 같다. 어쩌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 순간 나도 행복했고, 다른 모두도 행복했기에 불쾌가 아닌 즐거움으로 남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어릴 때 마냥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진 찍었다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망설였는데, 사진 다 공유하니 그냥 즐겁게 받아들여줘서 더 마음껏 사진을 찍어준 것 같다.
몽골 어린이날
차가 한참 달리다가 도시 같은 곳으로 와서 주유를 하고 마트로 갔다. 마트 앞에서는 풍선 아치가 있고, 큰 스피커에서 한국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오늘이 몽골 어린이날이라서 무슨 이벤트 같은 걸 하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이 아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있고, 마트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과자 종합세트 같은 선물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아들줄 몽골 그림책 2권과 몽골어로 된 파닉스 교구를 샀다. 이미 파닉스를 다 했어서 몽골어로 되어 있어도 교구는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샀고, 그림책은 무슨 말인지 몰라도 상상하면서 읽는 게 좋다고 해서 샀다. 물론 나중에 우리의 구글/네이버 번역기로 다 돌려서 무슨 뜻인지 알려주었다.
어린이날용 쇼핑백도 있었는데, 우리 팀원들이 거기에 담아서 줘야 한다고 막 그러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거절했다. 상상해보니 아빠가 여행 다녀와서 선물 사왔다 하면서 쇼핑백을 꺼내 줬는데 안에 책이면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아 물론 여행 오기 전에 아들에게 무슨 선물 사줄까? 초콜릿?하고 물어봤었다. 초콜릿은 싫고 자기는 '네모난 거(?!!!)'를 사달라고 해서 생각보다 어려웠다. 팀원들과도 함께 이야기해봤는데, 혹시 돈 아닙니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초콜릿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여기서 산 책이랑 파닉스 교구, 그리고 어떤 시골 마트에서 산 몽골 전통문양이 있는 A4 사이즈의 노트 몇 권과 스케치북, 그리고 몽골 색종이 세트를 샀다.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했던 건 역시 노트였다. 노트 안이 줄로 되어 있지 않고, 모눈종이 같이 되어 있어서 그게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8~90년대) 아버지가 어디 출장이라도 다녀오시면 뭔가를 사오셨는 데(워크맨, CDP, 최신형 이어폰, 일제 문구류, 우표/주화 수집 컬렉션, 쌍안경 등등), 생각해보니 그게 우리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경상도 남자라 그러신 지 표현에 인색하기도 하셨는데, 어머니의 세뇌에 의해서 였는지 나는 그게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걸 빨리 깨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때 조차도 별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안 하셨는데, 마치 "오다 하나 사 왔다(오다 줏었다?)"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버지는 내가 갖고 싶은 게 뭔지 다 알고 계셨고 그야 말고 취향 저격을 하신걸 보면 나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이 그 선물들에 녹아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어머니가 그렇게 사 오라고 하셨던 코끼리 밥솥은 결국 안 사 오셨다.
몸빼바지
우리 여행에서 빠질 수 없었던게 G가 사 온 꽃무늬 몸빼바지였다. 몽골의 햇빛은 생각보다 더 강렬했고, 내가 앉은자리마다 푸르공의 엔진 열이 배출되는 곳이어서 더 더웠다. 그래서 이 몸빼바지는 반바지를 챙겨 오지 못한 나에게는 그야 말로 잇템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라면 절대 입을 생각을 안 했을 텐데, 이것이 또한 몽골이 주는 자유인가 싶다. 대학생 때 농활 갔을 때도 할머니들이 억지로 입어라고 주시는 몸빼바지를 거절하고, 그냥 끝까지 카고 바지 입고 땀뻘 벌 흘리며 일했는데, 몽골 여행 와서는 저녁에 샤워하고 나면 이 바지를 내가 찾아서 입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단톡방에서 G가 무슨 몸빼바지를 사 온다길래 장난인가 싶었는데, 왠 걸 사서는 빨래까지 다 해서 가져왔다. (아마 G의 가방 절반은 이 몸빼바지였으리) 그리고 이날 이 몸빼바지를 입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멀리서 찍어서 잘 표가 안 나서 아쉬웠다. 이걸 입고 단체로 다니면 몽골 사람들도 패션 테러리스트들이다 라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이걸 다 함께 입고 다닐 땐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났다. 마트 갈 때도, 식당 갈 때도 이걸 입고 다녔다. 한국 돌아와서 와이프에게 보여줬더니 믿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프리사이즈라서 다들 잘 입었지만 나중에 사진들 보니 내가 입은 몸빼는 스키니진이었더라...
점심은 뭔가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느낌인 곳에서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했다. 엄청 맛집인가 기대했지만, 창넘어로 사람들이 먹는 음식식을 보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저건 완전 김치 두르치기인데?!!! 더위에 지쳐서 난간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에이컨도 나오는 식당이었다. (이럴거면 안에서 기다리게 하시지!!!) 하지만 위생 상태는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뭔가 끈적거릴 것 같은 테이블이었는데, 가이드님이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주시고 착석시키셨다. 한쪽벽엔 TV가 걸려 있었는데, 거기서도 한국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몽골에 한국 문화가 정말 깊이 들어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쪽 건너편 테이블(거의 1.5미터는 떨어져 있었다)에는 아저씨 한명이 딸과 그 친구들을 데리고 온것 같았는데 어린이날이라서 온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를 보면서 키득거리는 것 같은데, 우리가 몸빼를 입어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 관광객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궁금했다. 후자였으면 한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마당에 있는 숫자가 그려진 땅에서 우리 하늘땅하듯이 돌을 숫자가 있는 칸에 던지고 한발로 뛰어가는 걸 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유심히 지켜보시다가 돌을 줍는걸 도와주시는 걸보니 몽골의 놀이와 유사한가보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가다가 동물들이 모여있는 곳 근처에서 차를 세워주셨다. 아쉽게도 다들 도망가버려서 가까이 가서 찍진 못하고 첫 프롤로그 메인 사진이었던 아래 사진을 거기서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다시 다음 숙소로 향해서 갔다.
차강소브라가
먼저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간단히 풀고 바로 푸르공을 타고 다시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차강소브라가는 차타고 20~30분정도 갔던 것 같다. 관광안내 표지판 같은게 있고 좀 더 걸어가니 기념비 같은게 있었고, 조금 더 가니 절벽들이 있었다. 여기는 다른 곳과 다르게 나무 데크 같은게 없어서, 미끄러지거나 할 수 있어서 꼭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여기는 과거에 바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여기를 먼저 왔더라면 우와 하면서 신나했을텐데, 여행 중반이 지나서 그런지 이제는 그냥 사진 빨리 찍고 가야지 약간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단체사진을 찍고, 절벽끝에 서서 한명 한명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러왔는데 내려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 길로 GY이가 내려가고 있어 위험하니 올러오라고 했다. 왜 가끔 미국에 그랜드 캐년에서 추락사고가 나는게 생각났었다. 그래서 내려가는 애들을 다시 올러오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길로 내려가서 주변을 둘러보는게 맞다고 한다. 이때 가이드가 주도해서 내려가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고비 카라반 사라이
차강소브라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숙소는 가이드님이 이번 투어 중에서 제일 좋은 숙소(쌍따봉해주셨다) 중에 하나라고 해서 많이 기대를 했다. 기존에 게르가 아니라 디자인 모텔(호텔은 아니고...) 같은 느낌이다. 전기가 저녁에는 안 들어온다고 해서 열심히 충전하려고 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왔다. 리셉션에 가서 이야기하는데 영어는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만 하실 수 있었는데, 5시부터 전기가 들어온다고 했는데, 6시는 다 돼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외부에서 사온 술을 마시려면 숙소에서 멀리 나가서 마셔야 한다고 한다.(아니 이게 무슨 ㄱ 소린지) 아니면 여기 바가 있어서 거기서 사먹어야한다고 한다. 여기는 느낌이 비싼데 뭔가 불편한 곳이었다. 쓰레기도 나중에 가지고 가야 했고, 샤워실도 정해진 시간에만 쓸 수 있었고, 그렇다고 뜨거운 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처음 샤워할땐 나왔는데 그냥 햇볕에 데워진 물이었는지 나중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는 참 이뻤다. 언뜻 보기에 그냥 다 똑같이 네모나게 생긴 것 같은데, 나름 해의 높이에 따라 베란다 쪽 벽이 그림자 길이가 달라져서 좋았다.
석식시간 7시 조금 전에 식당 앞으로 갔는데, 우리 팀 여자 동생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맥주 한잔씩 사서 시원하게 한잔하고 있었다. 뜨거운 사막에서 시원한 맥주 맛있어 보였다. 먼저 식당에 들어가서 종업원한테 이야기해서 우리들 다 같이 앉을 수 있게 12명 테이블 붙여서 자리 만들어서 앉아 있었다. 한명 한명 씻고 와서 자리에 착석했다. 아까 맥주 마시던 친구들은 주로 알탄 고비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괜찮고 컵이 이뻤다. 나중에 울란바토르에 와서 혹시 잔이 파는지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못찾았고, 한국와서 페이스북으로 컵 살수 있는 곳 문의해봤으나 답을 준다고 하구선 답이 없다. 혹시 구입할 수 있으면 후기 모임때 선물로 줄까했는데 아쉽다.
잠시 기다리다가 7시에 음식들이 준비되길래 줄을 서서 재빨리 퍼왔다. 가이드님이 일러 주신대로 빨리 줄을 서지 않으면 원하는 음식들을 다 먹기엔 힘들 것 같았다. 물론 나중에 보충되긴 했는데 그래도 빨리 줄서서 먹는게 나을것 같다. 샐러드 부터 양고기 닭고기 종류가 다양했고 전체적으로 맛이 괜찮았다. 특히 JB과 KH는 양고기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식사후에는 그동안 산 게르와 낙타 인형으로 사진을 찍고 놀았다. 처음에 KH와 JS, NY이가 쪼그리고 사진을 찍길래 뭘하는걸까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인형을 카메라 앞쪽에 사람이 뒤쪽에 서서 마치 낙타 인형을 타고 있는 것 같이 나오게 찍고 있었다. JB이도 산 낙타를 가져와서 총 3마리 낙타를 두고 남자 3명이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것 나름 재미있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9시에 한방에 모여서 몰래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아니 웬걸 방주인을 포함한 6명(GH, SH, G, JM, WJ, TH) 이 안보였다. 혹시 술 마시는 거 들킬까봐 멀리 나가서 마시는 건가 하고 다시 식당 테라스에 모여 와인을 사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보니 이날이 제일 진지하고 또 깊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 나누다 보니 해가 벌써 기울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고슴도치였다. 사람들이 여기서 음식을 먹다가 고슴도치가 오면 먹을 걸 줘서 그런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고, 종업원들도 친숙하게 대하는 게 자주오는 녀석인 것 같았다. 나중에 자러 갈 때 보니 화장실 앞에 풀사이에 잠을 자고 있었다. 밤 11시가 되자 소등했었는 데, 보드카 병 뒤에 손전등을 올리니 너무 이쁜 조명이 되었다.
다들 일기도 쓰고 친구들에게 편지도 쓰려고 했었는 데, 너무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그냥 다 접고 우리끼리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다음날은 우리 일정 중 가장 긴 거리를 가야하는 날이라 푸르공에서 잘 걸 생각하고 끝도 없이 이야기 나눴던 것 같다. 사실 이날 이 순간이 여행 가운데 가장 좋았고, 가장 그리운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화장실 가던 TH이를 만나서 원래 모이기로 한 방에서 6명이 모였다가 그 방 뒤편 테라스에 나가서 앉아 있었다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나중에 그 방으로 다시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다가 별 볼 사람들은 별보러 나갔다가 각자 자러 갔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다들 일어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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