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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보고 먹고 듣고 느끼고 나서/바다 건너 멀리

몽골 여행 7일차 차강소브라가-테를지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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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어요. 어제 자기 전에 틀어 놓은 가습기는 워낙 건조해서 그런지 아니면 가습기 성능이 좋은 건지 벌써 물통이 비어져 있네요. 오늘은 8시 반에 테를지로 이동을 해야 해서 동생들 방을 돌아다니며 깨우러 다녔어요. 그리고 샤워하러 갔는데, 아직 문이 잠겨 있네요. 몇 일째 계속 보는 서양 여행자들도 샤워하러 왔다가 헛걸음하고 돌아갔어요. 이 정도 봤으면 그들과 친해질 법도 한데, 첫날 우리 보고 시끄럽다고 컴플레인한 것 때문인지 선뜻 친해지진 못했네요. 맘 같아서는 꼬맹이들한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르쳐주고 같이 놀고 싶었는데 말이죠. 예전에 호주에서 투어 하던 도중에 차가 퍼져서 스위스, 브라질, 일본애들 모아 놓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가르쳐주고 같이 했었거든요. 신기하게도 스위스에는 '신물을 읽었습니다'라는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 누군가 에어 배드를 펼쳐 놓고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혹시 우리 팀인가 하고 가까이 가보는데 NY이 이 뜨거운 사막의 아침에 혼자 책을 보고 있었네요. 이것도 몽골에서만 해볼 수 있는 체험이겠다 싶네요. 사진을 한 장 남겨줬어요 :)

사막에 홀로 에어베드에서 독서, 이런 체험 어디서 또 하겠어요!!!

 짐을 싸서 푸르공 앞에 옮겨 놓고 조식을 먹으러 왔습니다. 메뉴들은 다른 숙소들과 비슷한 구성인데 뭔가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었어요. 조식 시간 딱 맞춰서 왔는데도 벌써 몇몇 메뉴는 바닥이 보였어요. 여기가 뷔페식이다 보니 조금만 늦어도 안 될 것 같아요. 식사 시간 딱 맞춰서 오세요!!!

하루 종일 차에 앉아서 있을걸 생각해서 과하지 않게 챙겨서 왔어요. 죽은 약간 소고깃국 같은 맛이 났어요. 주스는 뭔가 한 가지 재료는 아닌 것 같고 이것저것 섞은 ABC 주스 같은 맛있어요. 오렌지인 줄 알고 가져왔던 주스가 제일 별로였고, AHBC였나? 그게 제일 괜찮았던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식당 안에서 사진도 찍었어요. 어제부터 계속 궁금했던 "응"과 독수리인지 욜링인지 박제가 있어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NY이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너무 리얼해서 웃기지가 않을 정도네요 ㅋㅋㅋ


샤워실 앞 여기서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다.


이 숙소에서는 쓰레기도 다 가져 가야한다고 해서 푸르공 위에 쓰레기등을 안떨어지게 메달고 달렸습니다.


(좌)달리다 보게 되는 소 주의 표지판, (우)낙타 무리


익숙한 광야 비포장길이 끝나고 포장길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아직은 양옆은 광야와 같은 풍경이었어요. 그리고 포장도로인데도 노면이 너무 안 좋은 구간도 많아서 기사님이 일부러 오프로드로 가실 때도 많았어요. 자다가 깬 동생들은 오늘 포장 도로로 많이 간다고 했는데 왜 계속 오프로드처럼 덜컹거리냐고 하더라고요. 3시간 정도 달리다가 잠시 화장실 다녀오고 쉬었어요. 첫날 못 찍은 도로에 앉은 사진도 찍었는데, 이 날도 하늘이 썩 이쁘진 않았어요. 지나가던 스타렉스도 갑자기 섰는데, 같은 IDC여행사 분들인지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고요. 그 후로 한 시간 정도 더 가서 한 식당에 도착했어요


최고로 맛있었던 로컬 식당: 만달고비 seven зоог

식당 이름이 뭔가 검색해봤는데, seven meal이란다 ㅋ
google맵으로 검색해보면 폐업 중이라고 뜬다. 이처럼 아직 업데이트가 안된 내용이 많다.

 식당 벽에 메뉴가 있던데 갑자기 우리가 먹는 식사의 가격이 궁금해졌어요. (그전엔 그냥 주는대로 먹어서 ㅎ) 메뉴들이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10,000~13,000 사이인 것 같아요 그러면 대충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전후의 가격인 것 같았어요. 2020년 기준 몽골 1인당 국민총소득이 3,621달러(대한민국: 31,880달러)를 생각한다면 엄청 비싼 거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같은 관광객들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었을까요?

식사는 전반적으로 괜찮았어요. 양고기도 맛있고 두르치기 같은 것도 괜찮았어요. 나중에 한국 와서 유튜브 보는데 다른 사람들도 여기 와선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JB과 KH는 어제 숙소에서 먹은 양고기가 너무 맛있었다면 괜찮긴 한데, 어제에 비하면 별로라고 했어요. 저는 어제도 그냥 쏘쏘였고 여기도 ㅎㅎㅎ 전 아직 양고기 맛을 잘 모르는 걸 봐선 또 와야 할 것 같아요 ㅎ

중간에 첫날 들렀던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서 갔어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점심 먹기 전까지 촛점도 없던 애들이 다시 주류 코너에 모여들었네요. ㅋ 저는 계속 보드카 마시다가 애들이 훅 갈까 봐 이제 소주 마셔라고 계속 옆에서 부추겼는데, 여긴 소주도 도수가 18도씩 되더라고요 ㅎ

 다시 차를 타고 다시 이동하는데, 뭔가 몽골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나무는 별로 안 보이고 풀이 많은 풀밭 같은 게 보이다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몽골이 다 사막은 아니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낄 때쯤, 웬 군인 아저씨가 보였어요. 국립공원인데 관리는 군인이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군복만 입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뭔가 티켓을 끊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다시 오프로드 길로 들어서는 것 같았는데,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말 타고 다니는 것들이 보이고 게르숙소들도 보이네요. 여기는 지금까지의 숙소들 보다는 뭔가 잘 정리된 느낌이었어요. 뭔가 야생의 느낌이 많이 빠지고 자본주의 냄새가 많이 나는 듯한 느낌은 저만 느낀 거겠죠? 그래도 너무 야생에 있어서 그런지 이런 것도 좋아 보이네요.

승마체험: 1시간 15000투그릭

저는 숙소로 바로 갈 줄 알고 엄청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승마 체험하는 곳으로 먼저 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첫날 혹시나하고 사둔 우비를 다 꺼내 입었어요(국영백화점에서 샀어요). 그런데 이게 실수였던 것 같아요. 비는 더 많이 오진 않았고,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으니 너무 안 이쁘더라고요.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쓸만한 게 하나도 없네요 ㅠ 혹시 비가 와서 고민이 되신다면 우비를 입지 않고 타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네요. 비가 조금 내려도 한국처럼 막 쏟아붓진 않는 것 같았어요.

 일단 승마체험하는 곳에 도착하면 몇 명 타는지 먼저 확인하고, 한국어로 "장갑?" 하시면서  하나씩 나눠 주셨어요. 그리고 각자에 맞는 말을 한 마리씩 데리고 오면 한 마리씩 태우시고는 기수 한분이 말 두 마리를 양쪽으로 한 마리씩 데리고 가주셨어요. 초원을 달라니 너무 이쁘고 좋았어요. 약간 다리에 힘이 들어가긴 했는데, G는 무릎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다 타고나면 허벅지가 아픈데, 관절이 안 좋으면 그러기도 한가 봐요.

말은 다른 곳에서 타던 말들에 비해서 조금 작다 보니 조금 더 안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대신 내 몸무게가 말에게 힘겹진 않을까 미안해졌어요 ㅠ 개울 같은 곳도 물을 가로질러 건너고, 언덕도 달려보고 하니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어요.

 

낙타 체험과 승마체험 비교 

낙타와 비교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잡을 곳이 있다 보니 말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낙타에 비해서는 깔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낙타는 가끔 머리를 뒤로 꺾어서 제가 잡고 있던 털 같은 데를 긁더라고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입냄새가 좀 났어요 ㅋ 그에 비해서 말은 말 자체에 조금 냄새가 나긴 했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낙타는 꽤 많은 애들이 걸으면서 배변활동과 메탄가스를 배출했어요. 그래서 혹시나 거기에 맞을까 봐 조심해야 했어요. 대신 낙타는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아저씨들이 한번 사진도 찍어주고 사막이 아니면 낙타를 타 보기 힘들다는 점에선 좋았던 것 같아요. 말은 제주도 가서도 (비록 훨씬 비싸겠지만) 타겠지만 낙타는 어디서 또 타보겠어요. 

이수 가이드님, 몽골에선 우리 자전거 타는 것처럼 말을 타나봐요 너무 잘 타셔서 놀랐어요 ㅎ

투어 마지막 숙소: 테를지 스타 리조트

 승마 체험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어요. "와 저기 숙소 봐 엄청 이쁘다"했는데, 거기가 우리 숙소였네요!!! 그동안 샤워도 마음대로 못하고, 전기도 마음대로 못쓰다가 오니 여긴 천국이네요 무려 게르 안에 화장실도 있고 숙소에 전기포트도 있는 거예요!!! 비록 좌변기와 세면대뿐인 화장실이었지만 그래도 진심 놀라웠어요. 우리들끼리는 뭔가 여행 초중반에 별로인 숙소들을 배치해서 기대치를 낮춰놓고, 나중에 좋은 곳들로 가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어요 ㅋ 얼마나 좋았으면 와이프한테 카톡 보내서 여기는 와이프랑 아들이랑 같이 와도 될 것 같다고 했어요 ㅋㅋㅋ

테를지의 일몰
식당 앞에 있던 작은 게르, 귀욤

 일단 씻고 저녁 먹으러 모였어요. 식당 건물도 엄청 크고 화장실 샤워도 한 번에 여러 명 해도 물이 잘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ㅋㅋㅋ 저녁식사는 몽골 전통 요리인 '허르헉'이었어요. 야채와 고기를 뜨겁게 달군 돌과 곁들여 찜통에 넣고 찐 요리라고 하는데, 간간이 모래 같은 게 씹혔어요. 찜통에 돌을 안 씻고 넣었나 하면서 먹었네요 ㅋ JB과 KH는 또 양고기에 대한 평을 했어요 ㅋㅋㅋ 진짜 양고기 좋아졌나 봐요. 

식사하다가 중간에 첫날처럼 구름이 걷히면서 일몰이 너무 이쁜 거예요. 먹다 말고 나와서 사진 찍고 들어갔어요.

식사를 마치고 각자 숙소로 갔다가 여자 숙소로 다 모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왜 거의 여자 숙소에서 모였나 모르겠네요. 그런데 저는 감기 몸살 기운이 돌아서 그냥 저녁 먹고 핫팩 하고 바로 잠들었어요. 혹시나 코로난가 하는 걱정도 했지만 목은 안 아프고 머리만 아파서 아닐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스크 꼭 쓰고 잤어요.

자다가 추워서 살짝 깼는데, 게르 가운데 뚜껑이 열려 있더라고요. 저걸 닫고 싶은데 어떻게 닫는지 몰라서 그냥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문 옆에 저걸 열고 닫는 막대가 있더라고요 ㅋㅋㅋ 저같이 열어놓고 자고선 춥다고 하지 마시길!!!

오늘의 이동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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