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하면 스위스, 스위스 하면 빠질 수 없는게 융프라우죠. 저도 유럽 여행할때 다른 도시는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면서 여행을 했는데 파리, 바로셀로나, 로마 그리고 인터라켄은 하루이틀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도 다 볼수 없는 도시(지역)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르스트 정상에서 사진
단돈 200만원으로 6개월 가량을 버텨야 했던 터라 숙소는 제일 저렴한 숙소를 구하거나 노숙을 하거나 기차역이나 공항 같은 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가끔 공원에서 노숙할때면 솔찍히 조금 무서울때가 있었는데, 가끔 옆에 누군가 침낭을 깔고 눕는 걸 보고 서로 안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라켄에서는 마굿간에서 재워주는 곳이 있다고 하여 도착하면 전화하려고 했습니다. 인터라켄에 도착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픽업해주는 업소들 게시판을 찾을때 였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만 해도 유명 도시 공항이나 기차역에 가면 무료 전화를 해당 호텔로 걸수 있는 것이 있어서 일단 숙소로 픽업 요청하고 맘에 안들면 다른 숙소를 찾는 것도 가능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젊은 일본 커플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왠지 자신 없는 목소리라 뭔가 부탁하거나 길을 물어보려 오나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자기들이 인터라켄 지역을 여행하러 왔는데, 조부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시다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얼마나 인터라켄에 머무를 것이냐고 묻길래 정해진 것 없고 오래 있을 생각이라고 했더니 기뻐하면서 VIP티켓을 넘겨 주네요. 왠 횡재! 티켓은 육일짜리 인터라켓 지역에 있는 케이블카와 기차를 무한히 탈수 있는 티켓이었습니다. 삼일인가 사용한거라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친절한 일본인 커플은 유유히 사라지고, 저는 급 여행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일단 근처로 숙소를 잡고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고 쉬는 여유를 가지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보입니다. 이야기를 해보니 저와는 반대 방향으로 여행 중이셔서 서로 가진 정보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때 그 가족분들 카메라 데이터가 다 차서 메모리 카드에 대해 물어보시길래, CD로 사진들을 옮겨드렸습니다. 그때만해도 512MB면 거의 제일 큰 메모리라 CD하나에 넣으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정신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부피가 많이 줄었지만 그때는 데스크탑에 있는 CD롬만한 크기의 CD 라이터기를 계속 들고 다녔었네요.
아무튼 그런 덕분이었는지, 그날이 초복이었던 이유에선지, 아주머니께서 삼계탕(?)을 끓이시고 가족 식사에 저를 초대해주셔서 몸보신 재대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그때 아이들이랑 놀면서 찍었던 사진은 없네요. 아마 그분들 카메라로 찍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아보니 아쉽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피렌체에서 만났던 형들을 만났는데, 융프라우에 안가고 실트론에 갔었는데 정말 좋았다고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로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다시 만나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일정이 같으면 같이 다니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한인 민박집은 그야 말로 만남의 광장과 같은 역활을 했었죠.
다음날 아침 숙소에 나오는데 어제 만난 가족의 막내 아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네요. 어려서 그런지 성격도 좋아서 영어든 뭐든 빨리 배우는 것 같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미술관도 자주 데리고 가시고 책도 많이 읽게 하시고 방학이면 유럽에 직접 애들 데리고 나오시는 것 같았는데 이런 건 배울만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아이가 바로 저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 아침 차려놨으니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는거예요! 왜 그때 사진들이 없는지 너무 아쉽네요. 그렇게 두끼를 함께한 저희는 너무 친해졌는데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떠났어야 했습니다. 기차역까지 환송 나가고 명함도 받았는데, 그때 명함은 이미 잃어버려서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타지에서 만난 짧은 인연이었지만 참 아름답게 기억되네요.
융프라우 가는 기차에서 만난 꼬마 사진사
오늘 날씨가 좋아도 내일 날씨는 알수 없기에 시간 있을때, 융프라우프에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어제 일본인 커플이 준 티켓이 있기에 무료로 올라갔습니다. 융프라우 터널(?)에 도착하는 순간 부터 희미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냄새. 바로 신라면! 아쉽게도 저는 티켓을 구매하고 간 것이 아니라 라면 교환 쿠폰 따위는 없었습니다. 신라면의 유혹을 뿌리치고 저의 주식인 1유로짜리 식빵에 누텔라를 발라서 먹으며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눈썰매 타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전 복장 불량(후드 자켓 두개 껴입고 왔는데 다른 분들은 패딩 입고 오셨더라구요)이고 혼자라 그냥 사진찍고 돌아보기만 했었습니다. 몇시간을 열심히 돌아봤는데 머리가 살짝 아픈게 아 이게 고산병인가 하며 내려왔습니다. 전 그리 심하진 않았는데 고생 꽤나 하시는 분들 있으시더라구요.
다들 보고 신기해하셨겠지만 기차 레일 가운데 톱니바퀴가 있어서 급한 경사에도 올라갈 수 있는 거더군요. 이런 급경사에 기차가 올라가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스위치백이라고 해서 지그재그로 해서 올라가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강원도에 있어서 2002년도에 한번 타봤는데 조금 신기하더군요. 앞뒤로 왔다 갔다하면서 올라갔는데 지금은 없어졌는지고 체험용으로만 운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DSLR이 많이 보급화 되지 않았던 때라, 사람들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엄청 부담스러워 하고 또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서 몸댕강, 얼굴 댕강 이런 사진도 많았었어요. 아래 사진은 그나마 그때 찍은 사진 중에 잘 나온 사진이네요. 지금은 이 스위스 깃말 말고 좀 더 낮은 곳에 있는 것이 있어서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피르스트에 올라가려고 하니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나봅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가 호수까지는 못갈것 같아서 마트에 식빵 사러 갔다가 폭우를 만났습니다.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가서 숙소로 갔습니다. 비를 잔뜩 맞아서 컨디션이 않좋아져서 초콜렛 한개 사먹고 숙소와서 쉬었습니다. 긴 여행할때 특히 혼자 있을때 아프면 정말 서럽거든요. 누가 병간호 해줄 사람도 없고 병원 갈수도 없고 알아서 잘 관리해줘야 합니다. 저는 아프면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초콜렛을 먹고 쉬는 것으로 관리했었습니다. 노숙을 해도 샤워는 하려고 했었어요.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이젠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여기가 스위스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많아지니 오히려 정보교환이라던가 대화를 하기는 어렵네요. 즉석스프 하나 끓여먹고 나왔습니다. 이때처럼만 먹으면 그때로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을것 같은데 지금은 영양 폭탄인데, 활동량은 너무 적어서 살이 빠질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3 수험생때도 참 많이 먹고 했었는데, 그땐 1kg도 안찌더라구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나 싶습니다.
아침 식사 후 피르스트로 출발했습니다. Lauterbrunnen에서 Wengen에 가서 스위스칼하나 사고 Männlichen까지 케이블카타고 다시 Grund에 가서 기차를 타고 Grindwald에 가서 케이블 카를 타고 first에 올라갔습니다. 어제 융프라우에서 봤던 그 많던 한국 사람들은 한명도 안보이네요. 오히려 일본 관광객들은 좀 많이 보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유명한 도시는 정말 많이들 가는데 조금만 벗어나면 정말 1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정보도 많아지고 본인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 가다 보니 다양한 곳들을 둘러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first에 가는 길에 암스테르담에서 온 한국 부부를 만났었는데 왜 인터라켄지역의 강 색깔이 회색인지 알려주셨어요. 온난화로 산위의 빙하가 녹으면서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먼지가 많이 발생하면서 강의 색이 흐려진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현지인들 말에 의하면 산에 있는 큰 바위도 최근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많이들 걱정하신다고 들었어요.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걸어서 호수까지 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내책자에는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30분정도 밖에 안걸렸습니다. 풍경이 너무 이쁘다보니 걸어서 내려갈까 고민을 잠시 했는데 책자를 보니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해서 고민을 잠시했습니다.
호수는 맑디 맑았습니다. 호수 안에 있는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다 볼수 있었습니다. 어제 싸둔 샌드위치랑 복숭아를 꺼내먹고 사진도 찍고 앉아 있었습니다. 뒤쪽에 한국말이 들립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한국 사람은 하나도 반갑지 않은데 이런 곳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니 왜 그렇게 반가운지. 신혼 부부인 것 같아서 여쭤봤더니 남매라고 하시네요. 누나(25세)가 영국에서 공부하시고 계셔서 동생이 방학에 같이 짧게 뷰가 좋은 곳만 골라서 여행 중이였었어요. 털털하고 사람이 좋아서 잠시 같이 움직이기로 했어요.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Bort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잘 못탔습니다.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에 비로소 전국 일주 하면서 자전거를 잘타게 됐었는데, 이땐 무슨 패기였는지 그냥 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막상 자전거 대여소에 도착해서 보니 경사고 완전 급경사, 이거 잘못 타다간 죽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탔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전거는 아니었고 킥보드인데 바퀴가 자전거 바퀴 처럼 큰 거 였어요. 처음엔 얼마나 무섭던지 브레이크를 계속 잡으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이때보는 풍경은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경과 또 다른 맛이 있었는데요, 지금 일기를 다시 보니 이때가 스위스 여행할때 가장 재미있었떤 일이라고 적어놨네요. 여기서부턴 한국 사람들이 가끔 보였던 것 같습니다. 걸어서 피르스트 까지 등반하시는 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일행이 있어 사치를 좀 부려봤습니다. 바로 스위스 요리인 퐁듀에 도전하였습니다. 아마 유럽 여행 중에 가장 비싸게 먹은 음식이 아니었나 싶네요. 사실 퐁듀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치즈퐁듀를 시켰는데, 고기퐁듀를 시켰어야 했었어요. 물론 치즈는 우리가 아는 냄비 같은 것에 나왔는데, 찍어 먹는 것이 제 기억으로는 스프 같은 것에 넣어 먹는 작은 빵이 나왔습니다. 뭐 이미 요리도 나왔고 그냥 먹어보자하고 먹는데, 어휴 너무 짜서 실망하고 한편으로는 비싼 고기 퐁듀 안시키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여행하며 있었던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헤어졌습니다.
다시 인터라켄 동역으로 가서 라우터부르넨에 가서 짐을 찾고 버스를 타고 Stechelberg로 가서 Mürren로 갔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카 탑승장에 계신분께 Gimmelwald에 가고 싶은데 티켓 살수 있냐고 여쭤보자 왜 케이블카 잘못탔냐고 물어보시길래, 너무 지친 나머지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럼 걸어가면 30분밖에 안 걸리니 걸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제 짐이 거의 30키로 정도의 무게라 안될 것 같아서 다음 케이블카는 몇시에 있냐고 여쭤보니 한시간 뒤에 있다고 하셨다. 이때 그냥 태워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마 잘못 탄걸로 아시고 공짜로 태워주신것 같습니다.
뮈렌(또는 뮤렌)은 정말 럭셔리해보였고 어쩌면 가장 스위스 다워보였습니다. 정망도 정말 좋고 멋있고 조용하고 집들도 가계들도 너무 이뻐보였습니다. 이것도 일기를 보면서 다시 발견한 것인데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와이프랑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두곳인데 하나는 룩셈부르크의 성곽이고 하나는 뮤렌이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그 당시 저에게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아래 마을의 밤 풍경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다시 Gimmelwald로 가서 오늘의 목적지인 숙소에 벨을 눌렀으나 안에서 대답이 없고 전화해도 전화를 받지 않으시네요. 처음 인터라켄 도착했을때부터 마굿간에서 자고 아침에는 스위스 치즈에 유제품을 먹는 곳이라고 해서 가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너무 늦게 와서 그런지 숙박을 못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유스호스텔이 있어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그 유스 호스텔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다음날 아침 예쁜 꽃이 핀 화분들이 놓여져 있는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알프스의 풍경은 그야 말로 끝내줬습니다. 계곡 사이에 햇살이 쏟아지는 것이 보이는데 너무 멋있어서 그냥 앉아서 가만히 있었네요. 다른 사람들이 깰까봐 조용히 나와서 샤워실로 가서 샤워를 하는데 1 스위스프랑을 내야지 샤워를 할수 있었어요. 고산이다 보니 물이 많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았습니다. 샤워를 하면서도 중간에 물이 끊길까봐 하며 빨리 씻고 나왔는데, 화상실 세면대에서 머리감는 서양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걸 보면서 어쩌면 내가 사치를 부린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조식을 가볍게 먹고 짐챙겨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탔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베른, 베른으로 출발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착석을 했는데 왠 가방이 제 앞자리에 놓여있고 사람은 없었습니다. 누군가 분실하고 갔었던것 같습니다. 그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더군요. 일단 열어볼까? 열었는데 주인이 오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은 못봤을까? 기차는 왜 이렇게 천천히 가지? 그나마 스위스 패스 때문에 돈을 아꼈다고 호스텔도 가고 했고 다시 빈곤한 시간의 시작을 앞둔 터라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보조 가방은 그 자리에 두고 내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역무원에게 전달해 주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짧다면 짧았던 스위스 인터라켄 여행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덕분인지 특히 짦고도 고마운 인연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천을 해 드린다면, 융프라우의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가신다면 어쩔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융프라우외에 다른 지역을 방문해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실 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인도, 호주 아가씨들과 함께한 스코트랜드 자동차 여행한 이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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