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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보고 먹고 듣고 느끼고 나서/아들 데리고 당일치기

기장 산책(황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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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인문학

 

 부산에 있을때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강좌를 들었습니다. 대학 교수님으로 기억하는데 인문학 책에 대해서 같이 읽어보고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습니다. 그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에 지역 특색이 있고 인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곳을 투어하는 투어에 참석했었는데 그때 갔던 곳들이 좋아 공유하려고 합니다.

해운대 고운 최치원 동상 및 유적에도 갔었는데 그곳은 워낙 유명하니 처음 갔던 기장 황학대 일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기장하면 유명한게 멸치 아니면 죽성 드림 성당이라 황학대는 많이 낯설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이때 황학대를 처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는 황학대 뒤쪽에 주차를 하고 언덕을 넘어서 황학대에 올랐는데, 지금 봐도 전망은 좋고 한 여름이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심지어 황학대 뒤 공터에는 가족 단위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과거 초엘리트 지식인이 유배온 곳에서 현대인은 가족과 캠핑을 한다니 참 아이러니 하더군요.

사실 그때 설명 듣는 내용은 거의 기억 안나는데, 한가지 기억 나는 것은 오늘과 같이 통신이 발달되어 있지 못하고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많이 나던 때에 그나마 지방으로 유배온 양반들을 통해 지방에 지식이 전파되어 졌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위 사진이 황학대입니다. 과거 윤선도가 여기서 매일 유배 생활의 슬픔과 외로움을 이겨냈다던 곳입니다. 겉에서 볼땐 하찮아 보이지만 올라가서 앉아 있어 보시면 아 정말 좋구나 하실 거세요.

쭉 길을 따라 갔었는데, 중간에 드라마 세트장인가?하는 성당이 나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중국인 커플이 시끄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길 중간 중간에는 기장의 특산물 멸치가 말리고 있었어요. 그때가 한창 여름이 시작될때라 온동네가 다 멸치였던 것 같아요. 검은 천위에 반짝반짝 거리는 멸치라 더 예뻐보였습니다.

길위의 인문학팀은 여기서 알아서 점심 먹고 다시 모여서 해운대로 넘어가기로 해서 시간이 많아서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업에 실패하고 취업을 알아보던 중이라서 나름 마음 고생 많이 하던때였는데, 이렇게 넓고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고는 마음 많이 추스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주도에만 아직 해녀가 있는 줄 알았는데 기장에도 해녀들이 아직 있네요. 길을 따라 포장 마차 같은 식당들이 계속 펼쳐져 있었습니다. 해물 라면인가 먹어 볼까 했는데 만오천원이라고 하길래 입만 다시고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냥 무작정 쭉 걸어갔습니다. 너무 비싼것 같아서 백반집이라도 나오면 사먹어야지 했는데 그냥 바다만 계속 나왔네요.

결국 월전등대까지 걸어가서 그 앞에 있는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컵라면 하나 사먹고 등대에 앉아서 바다 구경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제가 윤선도는 아니지만 마치 부산으로 유배온 것 같은 상황에서 바다를 보면서 나름 혼자 힐링하며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던 와중에 혼자 무리하게 힐링하시는 분을 봤네요. 이해는 되지만 저러진 말아야겠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엄청 부러워 보였어요. 캠핑하고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라면이라도 대충 끓여먹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책이라고 읽고 하면 참 좋겠다 싶었네요.

 

돌아오는 길에 본 귀여운 벽화도 한장 찍었습니다.

드라마 촬영지에만 사람들이 관심이 팔려 있어서 그렇지, 여기 저기 볼게 많은 동네였던 것 같습니다. 윤선도 처럼 머리가 복잡해지고 하면 한번 가서 탁트이는 바다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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