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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나서

조정래 "천년의 질문" 1권 문장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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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태백산맥

저의 중고등학교 시절, 균형잡힌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 보고 만들어줬던 책들의 저자 조정래 작가님이 새로운 책을 쓰셨네요. 사실 나온지는 꽤 지났는데, 저희 동네 도서관에서 늘 대여중이라 빌려보질 못하다가 회사에 미니 도서관이 생기면서 도서 구매 신청했어요 :)

이번에 나온 "천년의 질문"은 과거가 아닌 오늘의 한국의 권력들(관료, 언론, 정치인, 재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점들을 꿰뚤어보는 통찰력과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을 만들어 읽는 이로 하여금 속이 시원하게 해주네요. 

제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좋았던 대목들과 문장들을 수집해봤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란 국민들이 만들어준 5년 계약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하늘로 여겼던 옛날의 왕과 대통령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의 국민들인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통령을 성군으로 동일시하고 있었다. 민주주의 투표를 50년 가까이 경험해 왔으면서도 그들의 핏속에는 왕을 무조건 하늘로 떠받들었던 왕조시대의 DNA가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P24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의 말이었다. P25


인간은 세 겹의 노예다. 신을 만들어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거기다가 네 번째로, 핸드폰을 만들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P33


국민 대중의 집단 망각증, 그리고 집단 무관심. 국민들이  이 두 가지 중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눈 부릅뜨고 각 분야 공무원들과 여러 권력 집단들을 감시, 감독하지 않고서는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안 고쳐져. P54

 

 

초등학생 몇십명에게 물었다.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1~2년 감옥살이해도 상관없다.' 이 도발적인 설문에 90퍼센트 이상이 '그렇다'에 응답했다. 도발적인 설문에 더 도발적인 응답에 세상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돈, 돈 하며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애들까지 어찌 그리됐느냐는 우려고 한숨이었다. 그러나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했다. 어른들이 벌써 TV 화면에서 그런 행태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P91


그러니까 국회의사당은 대통령병 보균자 300여 명이 호시탐탐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살벌한 암 투장이었던 것이다. P102


국민이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정신 팔려 허둥지둥 바삐 살아가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 없이 제각기 흩어져 있을 때가 귀엽고 예쁜 것이다. 정치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외쳐대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그리되면 꼭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공포스럽게도 날로 그 조직이 커져가 쌍룡이 되려 하고 있었다. P134


18~19세기 세계사 속에서 열강 강대국의 식민지가 된 나라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리 민족처럼 그렇게 빨리, 그렇게 거족적으로, 그렇게 격렬하게 식민지 투쟁을 전개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사가 입증하건대 우리가 유일합니다. 보십시오. 1910년에 나라를 잃었고, 그 9년 후인 1919년 3.1 운동이 폭발했던 것입니다....... 그 당시 우리 한반도의 총인구는 2천5백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200여만이 참가했으니 몇 분의 1인 것입니까? 노인네 빼고, 어린애들 빼면 열 명 중 한 명이 독립만세를 외치고 나섰으니, 이보다 더 큰 민족적 투쟁이 어디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3.1 운동이 그렇게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와 투옥자들이 발생한 치열한 독립 투쟁이고 가열한 독립 항쟁이었는데 어째서 그 명칭이 겨우 '운동'인 것입니까?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P139~140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는 명동 성당과 함께 공권력도 함부로 범하지 않는 성역이었다. 전두환 군사독재 때도 명동성당은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민주화의 성지였고, 조계사는 박근혜 문민 독재 때에도 노동단체 대표를 보호했던 성지였다.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자고 사는 세상에서 국가 권력도 함부로 범하기를 저어하는 그런 성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일인가. 그것이 엄연히 살아 있는 종교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건 엄밀히 따져서 예수의 힘이나 부처님의 힘이 아니었다. 그건 그분들의 영혼 아래 결속되어 있는 신도들의 힘이었다. 민주국가에서 종교의 동질성으로 결속되어 있는 몇백만의 힘. 그건 어떤 권력에게나 몹시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P174


돈...... 돈...... 돈, 살아 있는 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인간사 그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없는 절대 권능을 가진 신. 인간사 그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없는 절대 권능을 가진 신.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 돈은 모든 권력을 지배한다. 돈은 모든 종교까지도 지배한다. 그래서 돈이 장악한 신의 위치는 영생 불변이다. P275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다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P275


핸드폰의 무한 기능에 사람들이 홀려서 그걸 가지고 온갖 짓을 다 한 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놈의 무한한 저장 기능이 제 주인을 잡아먹는 칼로 돌변하는 것 봤지? 통화 내용도 문자 내용도 그대로 남아서 꼼짝달싹 못 하는 증거가 돼버리지 않냔 말야. 그때 그놈의 핸드폰은 착실하기 그지없는 심부름꾼에서 의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고발자, 밀고자, 배신자로 돌변해 보리는 것 아닌가. P297


신문 팔아봤자 돈 안 된 지는 오래된 얘기구요, 다 정보 장사해서 생긴 돈으로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요. 그 돈의 물주가 일반 기업이고, 기업들의 광고가 없으면 신문사는 문을 닫게돼요. 그러니까 신문사들은 기업 광고료 받아 운영하고, 기업들은 신문에 광고 내서 상품 파는 동시에 언론의 보호를 받고, 그들은 철저하게 상호 의존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악어와 악어새처럼. 그러니 자기들이 먹여 살리는 거나 다름없는 기자들 눈치를 기업들이 왜 보겠어요. P385


왜냐하면 비정규직이란 IMF 사태 때문에 생긴, IMF 사태를 극복하기 우해서 임시방편으로 채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IMF 사태를 조기 졸업하게 되었다고 큰소리를 쳤을 때 당연히 비정규직도 일소시켰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정권은 그걸 그냥 우물쭈물 넘겼고, 그 뒤의 정권들도 계속 무책임하게 어물어물 넘겨버려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적 고질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기업들은 값싼 비정규직을 쓰면서 계속 치부해 더욱더 큰 부자가 되었고, IMF 전에는 '나는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5퍼센트였는데, 지금은 '나는 빈민층'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47퍼센트나 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역대 정권들이 무책임하게 비정규직을 해결하지 않아 IMF사태로 무너져버린 중산층이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극심한 두 번째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P279


사법권의 권위와 존엄을 떠받치는 '법과 양심에 따라......' 이 금과옥조를 그 검사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버려 버린 것이었다. 그런 검사는 약은 것이었을까, 약한 것이었을까. 하늘 같은 권력의 눈치를 본 약은 행위일 수 있었다. 또는 최고 권력의 위력에 눌린 약한 행위일 수 있었다. 큰 권력 앞에서 나약하게 위축되고, 허약하게 왜소해지는 인간의 속성으로 보면 그 검사는 약기도 하고, 약하기도 해서 구속영장 청구라는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법의 객관적 기준도 버리고, 양심의 존귀함도 버렸다는 것은 구속영장 기각이 여실하게 입증해 주었다.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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