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중에 방문한 너무 완벽하지만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게스트 하우스를 만났습니다. 저만 알고 있기엔 아까우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공주에서 푸짐하게 먹고는 열심히 달려 부여에 도착했습니다. 한때 한나라의 수도 답게 멋진 산성과 유물 발굴 중인 곳들이 중간 중간 보이는데, 그 사이로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마주하였습니다. 1500년 전의 역사와 2019년의 현실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듯한 공간이 펼쳐지는 부여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습니다.
위치는 신동엽문학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요금은 단돈 2만원!!!
인터넷으로 검색 보고는 전화드렸더니 계좌번호를 알려드릴테니 그리로 입금하고 문자 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입금확인하셨다는 문자로 끝!!!
엄청 간단하네?ㅎㅎㅎ
열심히 달려가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리셉션 따위는 없습니다. 알아서 비밀번호 열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ㅎㅎㅎ
비밀번호는 사장님이 따로 알려주셨어요.
아 그리고 근처 맛집들을 정리한 문자도 보내주셔서 따로 인터넷 검색할 필요도 없었어요.
완전 친절하심!!!
껍데기는 가라!
처음엔 숙소 도착했을땐, 사장님이 신동엽 시인을 엄청 좋아하시나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이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더라구요.
신동엽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빼먹지 말고 가보세요 ㅎ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보입니다.
한때 제 미니 홈피의 이름이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이었는데 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오글 거리네요 ㅎ
제가 로멘틱하다고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정원이었어요.
게스트 하우스 자체가 조금 오래된 건물은 리모델링한 것 같았는데, 정원에 알록달록한 전구로 이쁘게 꾸며뒀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마당에 사각하늘이 보이는게 좋거든요.
예전에 무슨 다큐에서봤는데, 옛날 한국 사람들은 세상을 네모나다고 생각해서 마당도 네모나고, 하늘도 네모나게 했다고 하네요. 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모르게 좋네요.
게다가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별이 수 놓아져있는 하늘처럼 꾸며 놓다니!!!
그리고 가운데 정원도 식물들이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이제 방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6인실 방입니다. 그런데 저 혼자네요!!!
사장님께 다시 전화 해서 물어봤어요.
오늘 이방은 독방이라고 하시네요ㅎ 단돈 2만원에 독방이라니 ㅎㅎㅎ
에어컨 바로 밑은 추울것 같아서 옆에 있는 2층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선 안보이는데, 머릿맡에 콘센트가 2개씩 있어서, 누워서 핸드폰 충전하면서 핸드폰을 볼수 있게 해두셨어요 센즈!!!
테이블에 간단한 이용 수칙들이 적혀 있습니다.
단체 생활이다 보니 소등시간도 있는데 전 혼자라 더 일찍 불끄고 잤네요.
연꽃도깨비 출몰 시간 전에 퇴실해야하는데, 짐싸서 마당에 나와서 자전거에 세팅하다가 연꽃도깨비를 만났습니다.ㅎ
친절히 이야기 해주셨어요 ㅎ
음식물은 부엌에서 먹으라고 되어 있는데, 부엌을 이용할줄 몰라서 길에서 치킨 먹고 왔습니다 ㅋㅋㅋ
다음날 아침에 부엌을 이용했는데 괜찮았어요.
부엌은 집 밖으로 나가서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저는 철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면 안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알아서 들어가면 되는 것 같았어요.
부엌은 삼각형 모양으로 생였었는데요, 한켠에는 책들이 있었고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PC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나가면서 한 컷찍고, 부소산성, 낙화암, 정림사지 5층석탑까지 한바퀴 돌고와서 한번 더 찍었습니다.
그래서 두컷의 시계가 틀려요 (아침을 2시간 동안 먹은게 아니예욥ㅋㅋㅋ)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계란 구워서 토스트랑 같이해서 먹었어요.
식빵과 우유, 사과잼 모두 냉장고에 있어서 알아서 꺼내서 먹었어요.
계란은 4개 짜리가 있길래 4개다 구워서 먹었어요 ㅎㅎㅎ
이정도는 먹어줘야 배고프지 않고 달리겠더라구요 ㅎ
다 먹고 깨끗히 설거지하고 정리하면 끝.
다음날 아침 풍경이예요.
빨래는 옆방에 있던 아저씨들 껀데, 부엌에서 제가 아침 먹는 걸 보시더니, 사장님이시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너무 자연스럽게 먹는데다가 3일째 면도를 안해서 그렇게 보였나봅니다 ㅠㅠ
정원의 디테일한 컷들을 좀더 많이 찍어 두지 않은게 아쉬웠어요.
나중에 서울을 떠나게 되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벽에는 김춘수 시인의 꽃도 있네요. 다른분의 시는 제가 잘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서정주 시인의 시였네요.
맨날 교과서에 나오는 시만 공부하다 보니 이런 아름다운 시도 몰라 보네요 ㅠㅠ
지금까지는 다 장점만 이야기 했는데, 이제 이 곳의 치명적인 단점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문제는 바로 화장실과 샤워실!!!
옛날 집을 리모델링한 집 답게 화장실이 대문 옆에 떨어져 있었어요.
옆방은 저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었는데, 제가 숙소에 도착했을때, 딸아이가 화장실이 무서워서 남동생을 데리고 가서 화장실 앞을 지키게 하더라구요. 마치 저 어릴때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샤워실은 방들 옆에 있었는데, 그래도 신발을 신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가야한다는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어린친구들(20대?)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하다 못해 제 와이프도 화장실이 밖에 있으면 안갈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참고로 위 사진에서 간유리에 철문으로 보이는 곳이 남자 샤워실이고, 오른쪽에 간유리에 하얀 샤시 문이 여자 샤워실이 었어요. 그래도 안에 샤워커튼이 또 있어서 안에 보이진 않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밖에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곳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뭐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가기 싫다면 혼자와도 좋을 것 같고, 아님 남자들끼리 와서 시적인 이야기들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로멘틱한 분위기에 남자들만 있는 것도 조금 서글플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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