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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카더라" 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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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실종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찌라시들이 나돌았고, 지금도 새로운 "카더라"들이 만들어져서 돌고 있다.

 처음 그 "카더라" 또는 자칭 "엠바고"들을 접했을때는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진실"을 나도 알게 되었다고 믿고, 그오해가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다. 그 결과 나는 자발적으로 그 찌라시를 유포하는데 일조하고 말았다. 그 순간은 마치 내가 흔히 말하는 "인싸"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호기심이라는 짜릿한 감정을 자극한 찌라시 제작자의 "세뇌"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찌라시들만이 우리로하여금 우리 생각의 주체적인 주인으로써의 핸들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다. 신문기사들에 먼저 달리는 댓글들은 마치 기자가 들려준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의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그 기사에 어떤 자극적인 조미료 같은 자극적인 감정들이 실린 댓글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댓글은 소수의 열열한 지지자들에 의해, 또는 프로그램에 의해서 베스트 댓글이 되어 가장 상단에 노출되어지며, 그것이 모든 사람 또는 상당수의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처럼 대중의 생각을 변질시켜버린다. 물론 가장 먼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편향된 글을 쓰는 자칭 기자라는 사람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그 다음 비판적인 사고 없이 그것을 받아들여 부화뇌동하는 독자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평하고 싶다.

 서울시에서 인스타에 박원순 시장 추모 및 장례일정에 대한 글이 올렸다. 그 글에는 수 많은 좋아요와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많은 댓글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애도하기 보다는 잠정적 성범죄자에 대한 추모하는 것에 대한 부정이었다. 많은 수의 댓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찌르는 듯한 글이였다. 비난하는 분들에게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댓글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며 지지했던 박전 시장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배신감이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시야보다 더 좁혀져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평가를 가로막고 이분법적인 사로고 빠져들게 만든 것 같다. 하지만 그 자신의 분노 또한 적절한 방법과 예를 갖추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또한 그러했듯이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감정이 앞서 내 뱉은 말들은 나중에 이불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나는 박원순 전 시장의 열렬한 지지자도 뭐도 아니다. 사실 사망 후에 그의 행적에 대한 기사를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과연 저런 삶을 살수 있을까? 박원순 이름 석자를 무슨 자기집 똥개마냥 쉽게 불릴 만큼 가벼운삶을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그의 죽음 앞에서 그가 한 범죄에 대한 한가지 면만으로 그 인생 전체를 비난 하는 것은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의 죽음은 안타깝다. 그의 죽음 자체도 안타깝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해 파생되는 파문들로 인해서 더 안타깝다. 그가 범죄한 사실이 있다면 그 잘못에 대해 밝히고 사과를 구하고, 그에 맞는 책임과 벌을 받아야 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당사자가 없어 사실에 대한 확인이 멈췄고, 온갖 가설과 추정이 난무한다. 공식적인 발표도 없고, 수 많은 "카더라"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서울 시민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그뿐만아니라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누가 피해자의 억울함과 답답함은 풀어줄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전 시장만을 비난할수 없다. 성추행 사건을 본다면, 1차적으로 피해를 준 가해자가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그렇게까지 고통받을때, 우리 사회는 어떤 것을 해주었나 질문해 봐야한다. 과연 그 잘난 페미니스트라는 깃발을 흔들며 외치는 사람들은 그 고통 받은 사람과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함께 책임져줬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미 몇차례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기에 당연히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었으리라 상상하였으나, 아직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 같다.

 개신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는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알고 순종하는 것이다. 들은 말씀 중에서 내 맘에 드는 것만 골라서 80~90%만 순종하는 것이 순종이 아니라 들은 100%를 순종하는 것을 순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들은 말씀에 나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추가해서 +a를 만든 것도 진리가 아니고 참된 신앙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해 볼수는 있다. 우리에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도 허용하신 분이 창조주이시니까. 하지만 그 상상한 것을 진리와 동일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incident)을 접했을때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사실(fact)인자 아니면 글쓴이나 화자의 주장(opinion)이 사실보다 많이 첨가된 것인지 한번 더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이 옮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그 사실에 대해서 입장을 보류하고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내가 상상하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로 명명백백히 빛 가운데 드러났을때 해야할 말과, 나의 뛰어난 상상력의 산물에 대해서 말할때는 톤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조정래작가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연애인과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를 제외하고는 언론에 노출되기 원한다더니, 벌써부터 정치인들은 이 사건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든 뉴스에 노출시키고 싶어한다. 자신이 사회적인, 법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당사자임을 잊고 그저 본인 이름을 실시간 검색어에 한번 노출하고 싶어 안달나있다. 나는 자신의 과업을 잊고, 최소한 자신의 목소리 톤을 달리해야하는 기본 조차 잊고 다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국회의원들은 왜 아무런 책임을 안지는가?

 이번 짧은 제 생각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비밀 댓글 달아주시면 제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댓글들은 삭제할 수 있음을 참고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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